지배권력과 경제번영 -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넘어서기 (맨슈어 올슨 著, 최광 譯, 나남 刊, 2010)
Power and Prosperity : Outgrowing Communist and Capitalist Dictatorships

이 책은 정치학의 핵심주제인 지배권력과 경제학의 핵심주제인 경제번영의 결합을 다루고 있다. 정부와 시장의 관계에 관한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정책 실패로 국민이 고통을 겪는 나라가 있고 부를 축적하고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정부와 시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어떤 정부가 경제 번영을 유도·촉진하는가.

정치학·경제학·역사학·사회학 등 사회과학 전체를 넘나드는 만능 사회과학자이자 진정한 정치경제학자인 맨슈어 올슨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이 평생을 두고 찾았던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정합성 있는 해답을 제시했다.

올슨 교수는 경제 번영의 필요조건으로 두 요소를 지적한다. 하나는 안전하고 잘 정의된 사유재산제를 확립하고 계약을 공평무사하게 집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탈의 부재 즉 지배권력이 약탈을 하지 않거나 적게 하는 것이다. 결국 어느 사회든 지배 세력이 이 두 필요조건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권력을 행사하면 그 나라의 경제는 번영한다는 얘기다.

올슨 교수에 의하면 이러한 조건들이 믿을 만하게 그리고 최대의 경제적 효과로 충족되면 제도화된 권리 존중형 민주정치체제 국가라고 한다. 한마디로 시장 친화적, 시장 확대적 정부만이 번영의 지름길임을 그는 특유의 논리와 광범위한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민주정치체제가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체제라고 결론 짓는다.

올슨 교수는 주류의 한 가운데 서서 주류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혜안과 통찰력이 있다. 주어진 틀 속에서 사고하고, 문제의 기술적 측면을 보고, 역사적 사실을 사상(捨象)하는 주류와 비주류 모두를 뛰어 넘는 진정한 독창적 사고의 결정체를 제시한다.

<지배 권력과 경제 번영은 1998년 타계한 올슨 교수의 유작으로 이전의 그의 역작인 <집단행동의 논리와 <국가의 흥망성쇠에서 제시한 이익집단, 정부형태 등과 관련한 선구적인 정치경제학 논의의 완결편이다. 이 책은 집필 시기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듯 공산주의 붕괴와 이후 시장경제 체제전환 과정에서의 문제점 그리고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의 진단과 처방도 명쾌히 다루고 있다.

합리적인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불합리한 사회적 결과가 초래되는 것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만능주의 비판 혹은 시장에 정부개입의 당위성에 관한 논란도 이미 오래 전에 예지하고 이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한 그의 통찰력은 경이로울 뿐이다.

다른 학자들이 정부가 문제를 야기 시키는 존재인지 또는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인지를 논할 때 올슨 교수는 어떤 유형의 정부가 그리고 어떤 유형의 제도가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느냐는 더 유용한 과제에 연구 노력을 집중했다. 이와 관련 그는 첫째,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둘째, 어떤 유형의 정부가 이들 서비스를 보다 일관성 있게 제공하는가? 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탐구의 결과로 이 책이 저술됐고 올슨 교수의 시장 확대적 정부란 개념을 탄생시킨다.

헌법 개정이든 경제위기 대응이든 제도개혁이든 우리 사회가 고민하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제시돼 있다. 권력 정부 경제 세 가지 문제를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물론 피상(皮相)이 본질(本質)을 호도하는 어지러운 현실에서 맥점을 집고자 하는 일반인들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강시영 편집국장 ksiyeong@futur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