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유럽 대해부 ① ◆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교수는 대담 내내 옛 그리스 경제를 자랑스레 말했다. 그는 "1929년부터 1980년까지 1인당 실질 GNP 성장률이 연평균 5.2%로 일본(4.9%)을 앞서 1위를 달렸다"면서 "쿠데타, 내란, 이민자 150만명 유입 등 극심한 정치ㆍ사회 부침을 겪으면서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81년 1월. 그리스가 EC(유럽공동체)에 가입한 직후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이 탈퇴를 기치로 집권에 성공하면서 몰락은 예고됐다고 했다. 하치스 교수는 "PASOK는 비효율적 복지와 과도한 규제를 정치적 유산으로 남겼다"면서 "문제는 보수당인 뉴데모크라시마저 PASOK를 따라하면서 아류당으로 전락한 데 있다"고 말했다. 1981년부터 2009년까지 포퓰리즘, 연고주의, 보호주의, 온정주의가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여야 없이 인기 정책 남발이라는 때아닌 경쟁에 불이 붙은 것. 그는 이 기간을 국가조합주의(corporatism) 시대로 정의했다.
기대했던 복지정책도 실패했다. 복지 혜택이 빈곤 완화에 미치는 효율성은 그리스가 4% 수준으로 EU 평균 31%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반면 정부는 표를 의식해 이익집단에 포획됐다. 하치스 교수는 이들이 사회 전체에 돌아갈 이익을 약탈한다고 해서 '바이킹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대추구는 한 집단에 있어 암적인 존재"라며 "기득권을 지키려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과대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예로 부동산 거래를 들었다. 그리스에서 25만유로짜리 아파트 한 채를 계약하려면 변호사 공증 비용으로 2.6%인 6500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이탈리아는 3245유로 수준이다. 하치스 교수는 "변호사, 약사, 택시운전사 등 폐쇄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그리스인이 지불하는 비용은 연간 90억유로에 달한다"고 말했다.
포퓰리즘이 낳은 정부 포획은 곧 탈세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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