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외화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은행 스스로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외화증권 등 해외자산 조기 매각, 대기업 외화예금 국내 유치 등에 은행장들이 발벗고 나서달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은행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며 은행들의 자구적 노력을 촉구했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 불안정 등에 강만수 경제팀이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외환 보유고가 급격하게 감소하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하노이 카지노 등 보수세력까지 정부의 외환정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강 장관이 이날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함께 은행장들을 불러 단속에 나선 것은 이같은 시중의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주가가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도 강만수 경제팀은 "외환보유고는 넉넉하다"면서 "외환보유고를 풀어 환율상승을 막겠다"고 '환투기 세력'에게 '패'를 다 보여주는 정책을 펴왔다. 이처럼 정부의 잦은 시장개입으로 9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396억7000만 달러로 전달에 비해 무려 35억3000만 달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막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푼다지만, 그럴수록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환투기 세력으로부터 공격 등 시장을 콘트롤하는 강만수 경제팀의 능력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러자 강만수 장관은 이날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은행의 외화유동성을 적극 지원(back-up)할 것"이라며 "스와프시장에서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무역금융 재할인 등을 통해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할 방침"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은행들을 단속하고 나섰다.

강 장관은 "외환당국의 지원에만 의존하는 도덕적 해이는 없어야 한다"며 "페널티 금리부과를 통해 엄격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며 자구 노력을 경주하는 은행이 우대를 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현 상황에 대해서도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심화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더욱 증폭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해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이전과 달리 비관적 인식을 밝히기도 했다.

강 장관은 또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 모두의 동참을 요구했다. 국민들 역시 과도한 해외소비를 줄이는 등 합리적 소비생활로 불필요한 외화 낭비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홍기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