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신 선배들의 캠퍼스 주변 하숙집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세미나'가 열렸다. 전환시대의 논리, 해방전후사의 인식, 민족경제론, 중국의 붉은 별 같은 '교양필수' 서적을 읽으며 고등학교 때 주입된 관제(官製) 세계관을 까부수는 것이 오리엔테이션 코스였다. 이른바 의식화 체험이었다.
모든 토론은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대한민국 역사는 식민지의 굴곡을 벗어날 수 없다'든지 '한국경제의 매판(買辦·외국자본의 앞잡이)구조는 미국 독점자본의 이해(利害)에 충실하게 움직인다'는 한두 가지 결론을 향해 달려갔다. 눈앞에 전개되는 현실과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싶어 몇 차례 이견을 말했다가 선배로부터 '회색분자'라는 핀잔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해 5월 신(新)군부의 쿠데타가 터졌다. 재미 삼아 이념서클에 가입했던 상당수 신입생들이 떨어져 나갔다. 정보 경찰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전전하며 비밀접선하듯 세미나가 이뤄졌다. 서클의 대표적인 이론가 선배들은 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초겨울 바람이 매워지며 '○월 ○일 ○시 종로 ○가 파출소 앞에 집결해 짱돌을 던지고 달아난다'는 식의 지령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문제의식도 트릿하고 겁도 많았던 '회색분자'의 이념서클 경력은 1년도 못 채우고 그렇게 종료됐다. 그러나 말랑말랑한 뇌에 주입된 좌파 의식화 세포는 오랜 세월 살아 움직이며 필자의 사고(思考) 과정에 끼어들곤 했다.
문제의식이 투철하고 용기 있는 386세대들은 대학 4년 동안 이념서클 커리큘럼을 성실히 수료한 뒤 사회변혁 투쟁에 몸을 던졌다. 이들의 머릿속엔 정교하고 강고한 의식화 메커니즘이 자리잡았다. 노무현 정권의 주축세력으로 자라난 이들이 지난 5년 동안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었던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탄생은 80학번들이 배웠던 것처럼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한 실패한 역사가 아니었다. 한반도 전체가 스탈린의 폭압체제에 빨려 들어갈 뻔한 위기에서 그 반쪽이나마 건져낸 극적인 사건이었다. 5·16 군사혁명 세력이 그 시대의 유행이었던 사회주의 자립노선 대신 수출 주도노선에 올라탄 것은 80학번이 배운 '매판의 길'이 아니었다. 나라를 선진국 문턱까지 초고속으로 이끈 하이웨이 진입이었다. 이승만의 건국(建國)과 박정희의 부국(富國)으로 이어진 대한민국의 60년 여정은 2차대전 후 140여 신생국 중에서 달리 예를 찾을 수 없는 기적의 드라마였다. 이런 사실들을 알기 쉽게 깨칠 수 있는 '우파 의식화 교과서'가 80년 봄엔 없었다.
요즘도 책방엔 80학번 세대의 의식구조를 감염시켰던 좌파서적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학 신입생들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바이러스 퇴치 서적들 역시 그 주변에 꽂혀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전환시대의 논리를 들려주는 '10년 후' 시리즈(공병호), 해방전후사를 따뜻한 눈으로 재인식하도록 돕는 '대한민국 이야기'(이영훈), 자폐증적인 민족경제론 대신 번영의 경제관을 심어주는 하이 카지노의 '자유주의 시리즈', 중국 지도부가 자신들의 붉은 별 마오쩌둥보다 더 배우고 싶어하는 '박정희는 어떻게 경제강국을 만들었나'(오원철 전 수석)….
올 3월 대학 캠퍼스는 08학번들을 맞는다. 이들이 사회에 눈을 뜨며 어떤 책들을 읽느냐가 20~30년 후 국가 주도세력의 세계관을 결정한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
김창균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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