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4일 일요일, 일명 '에볼루션 카지노’이라고 불리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의 핵심은 원청 기업의 교섭 의무 확대와 손해배상 제한에 있다. 그런데 법안 통과 직후 월요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로봇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급등한 것이다. 이 법은 세 가지 근본적 역설을 품고 있다.
첫째, 노동자 보호를 내세운 이 법이 결국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의 수혜로 직결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노동자를 지키겠다는 법이 왜 로봇 산업을 살찌우는가?
수백 개 하청업체와 개별 교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업들의 자명한 선택은 자동화다. 아예 사람을 쓰지 않으면 된다. 최저임금이 급등했을 때 키오스크가 폭발적으로 확산됐던 것처럼, 에볼루션 카지노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봇 도입 국가로 만들 것이다. 해외 이전 역시 매력적인 대안이다.
둘째, 에볼루션 카지노의 진짜 수혜자는 산별노조들이다. 수백 개 하청업체와 개별 교섭이 불가능해지면 기업들은 통일된 창구를 찾게 되고, 바로 그때 금속노조, 화섬식품노조 등이 개입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정작 대기업 노조들은 한 번도 양보한 적이 없다. 하청업체를 위해 자신들의 정년연장이나 성과급을 포기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나눔 없는 연대’다. 이런 방식의 '연대’는 오히려 노동자 내부의 계급 격차를 더욱 고착화시킨다.
셋째,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은 바로 이 법이 보호하려고 했던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노동법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배달 라이더, 택시 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들. 이들은 노동자도 사업자도 아닌 애매한 지위에서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진짜 '노동자 추정’ 조항이 필요한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그런데 에볼루션 카지노에서 이 조항은 빠졌다. 산별노조 입장에서는 분산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보다 체계적으로 조직된 하청업체들을 통제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 역설이 보여주는 진실은 명확하다. 에볼루션 카지노은 약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기득권 노조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만든 도구다. 이 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수백 개 하청업체의 교섭 요구를 감당하지 못해 산별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대기업 정규직들은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 기업은 결국 자동화를 가속화하거나 해외 이전을 택할 것이다.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은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적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청년 구직자들은 기업들의 신규 채용 기피로 고통받는다.
에볼루션 카지노의 진짜 이름은 '기득권 확장법’이다. 노동자를 지키겠다는 노란 봉투 안에는 사실 산별노조의 권력 확장 계획서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연봉 1억 받는 대기업 직원과 일당 5만원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같은 '노동자’로 묶어 연대를 외치는 것은 위선이다.
박혜림 자유기업원 선임연구원